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청난 재난을 몰고 온 긴 장마 등으로 인해 외식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가 연속되고 있다. 이런 혼돈 속에도 외식업계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외식기업들이 앞다퉈 특화매장을 선보였다. 고객들도 바로 집 앞에 같은 브랜드의 매장이 있음에도 굳이 시간을 내 ‘그’ 매장을 찾는다. 소비자들의 방문 욕구를 자극하는 매장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지 ‘슬기로운 특화 매장’들을 탐구해봤다.
특화 매장
4P and Plus 전략!
코로나19 사태, 장마와 같은 재난 속에서도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그러나 워낙 경쟁이 치열해 소비자 레이더에 걸릴 수 있는 특별함이 없으면 도태되기 쉬운 시대다. 매장 역시 메뉴, 서비스, 공간 혹은 새로운 콘셉트를 접목한 특화 요소가 없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소비자 레이더에 딱 걸린 특화 매장에는 4P가 있다. 휴대폰의 카메라 앱을 실행하게 하고(Pics), 나심비를 만족시키는 고퀄리티의 음식들을 선보이고(Premium), 섬세하거나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고(Particular), 문화예술적 공존(Partnership)이라는 특징이다.
1.Pics! 픽
어머 여기 뷰맛집!
인증샷 필수~
‘장소가 다했다’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배후로 한 특화 매장들이 최근 큰 인기다. 코로나19로 자동차를 이용한 여가활동 및 국내 여행 증가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이슈들이 맞물려 일명 ‘뷰맛집’으로 통하는 교외형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를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이동거리가 비교적 짧고 강이나 바다 등 풍경이 좋은 교외형 매장들이 부담없이 여가, 휴식, 놀이 등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한강, 남한강이 흐르는 경기도 지역과 강원도 춘천 지역에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이디야 등 커피 브랜드들의 교외형 특화 매장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루프탑, 테라스, 통유리창, 빈백 등 공간 연출 면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교외 지역뿐만 아니라 도심 매장에서도 ‘시티뷰’에 역점을 둔 특화 매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이전오픈한 빕스 목동41타워점은 41층에 위치, 멀리 남산까지 보이는 시티 파노라마 뷰를 자랑한다. 잠원 한강공원 내 위치한 서울 웨이브 아트센터에 오픈 계획인 스타벅스의 선상카페 콘셉트 매장 역시 리버뷰, 시티뷰라는 메리트를 갖고 있다.
트렌드 선도 세대이자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일반화된 2030세대에게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특화 매장은 꼭 가봐야 할 힙한 장소다. 이를 겨냥한 외식 기업들의 뷰맛집 콘셉트 특화 매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Premium 프리미엄
최상의, 고급으로부터 오는
절대만족
하나를 먹더라도 맛과 플레이팅, 분위기는 물론 건강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콘셉트의 특화 매장은 타깃 마케팅 전략으로 주효하다. 나심비를 추구하는 수요층이 두터운 지역에는 기존 매장과 달리 식재료, 조리법, 서비스 형태 등 메뉴의 전반적인 품질을 고급화한 특화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스페셜티 커피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스타벅스 리저브, 탐앤탐스 블랙 등 싱글오리진 커피, 브루잉 커피 등 차별화된 고급 커피를 선보이며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특화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일례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도 노후한 브랜드를 쇄신하거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 프리미엄 콘셉트의 특화 매장은 업그레이드에 업그레이드를 더해가며 꾸준하게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3.Particular 특별함
딱 내 취향 저격!
특별함이 있는 곳
국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신소비계층 M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이 세대들의 주요한 특징은 ‘나의 만족을 위한 삶, 내 취향에 맞는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 세대를 비롯해 소비자층 전반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혹은 탐닉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니즈는 외식업체의 특화 매장 콘셉트에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7월 한남동에 스페셜 카페 콘셉트의 하이브(HIVE) 한남점을 오픈했다. 스쿱 스토어(scoop store) 형의 일반적인 매장과 달리 스페셜티 커피와 유기농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직접 구운 쿠키 및 페어링 디저트 등을 제공한다. 아이스크림은 유기농 12종만, 커피는 취향에 따라 라이트, 마일드, 다크로 구분된 3가지 블렌딩을 선보이는 등 ‘취향 맞춤형’ 메뉴 큐레이팅에 중점을 뒀다.
4.Partnership 협업
여러 분야의
콘텐츠 협업으로 특화
‘음식을 파는 외식 공간에 지역 예술가가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책을 파는 서점이 커피는 물론 라면과 같은 분식을 함께 파는 이종 업종간의 결합형 이색 매장들은 오래전부터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외식업체가 문화예술, IT 등 타 분야와의 협업으로 특화 매장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타 분야의 수요층을 자연스럽게 매장으로 유도할 수 있고, 공간에 다양한 경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전략적 요소기 때문이다.
탐앤탐스는 2013년부터 꾸준히 신진 예술작가를 발굴하는 ‘갤러리 탐’을 운영해오고 있다. 공모전을 통해 선발한 작가들의 작품을 프리미엄 매장인 블랙 매장에 전시, 판매한다. 탐앤탐스는 문화적 향유의 공간으로서의 경험 가치를 높이고 예술작가들에게는 작품을 알릴 수 있는 판로로서의 가치를 갖는 상생 효과를 거두고 있다.
+Plus
도심 탈출 & 코로나19 해방감,
교외형 매장 인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캠핑 등 국내 여행이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문화 등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경우의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들이 많아지면서 테라스, 루프탑 등 열린 공간이 있는 카페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특히 교외형 카페들은 카페와 바캉스의 의미를 합친 ‘카캉스’라 불리며 인기다. 밀폐된 공간이 아닌 탁 트인 야외 공간과 좌석 간 거리를 널찍하게 둔 곳들이 많아 감염과 같은 문제로부터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는 안도감(?)을 제공하고 도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큰 규모와 주차시설을 갖추고 있어 이용하기 편하다는 점이 집객에 주효했다.
INTERVIEW
디지털문화심리학자 이승윤 교수
고객경험·가치 전달하는 공간기획 중요
"제품에 초첨을 맞춘 공간에서는 팔기 위해 보여주는 경험만 하게 될 뿐이다. 이제는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전하고 싶은 브랜드 콘셉트와 차별화 포인트를 고민하고, 소비자에게 체험을 통해 전달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
- 《공간은 경험이다》 중에서- ”
-
엘건국대학교 경영대학 마케팅 분과 교수이자 디지털 문화심리학자 이승윤 교수는 특화 매장을 설계 시 고객에게 총체적 경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 경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다각도의 공간 기획이 중요하다고 본다. 메뉴 중심으로 특화된 매장은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메뉴를 팔기보다는 메뉴를 둘러싼 공간에 집중하고, 소비자가 참여하고 체험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어뮤즈먼트 공간으로서 콘셉트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상해, 도쿄 나카메구로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은 공간의 오브제와 같은 초대형 로스팅 머신이 압도적으로 시선을 이끌고 감각적으로 고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찬 어뮤즈먼트 공간으로 특화돼 있다.
또한 브랜드의 내부 요소만으로 공간을 다변화하기보다 외부와 협업을 통해 공간의 다양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호텔들도 단순히 숙박의 기능적 공간을 넘어 외부 작가들과 협업, 객실공간을 예술작품으로 조성해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으로서의 경험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자기 취향이 명확한 신 소비계층 MZ세대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외식기업의 경영 마인드에 기획&마케팅 회사와 같은 시각이 필요하다. 매장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의 콘셉트를 정교하게 전달해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획력이 필요하다.”
출처 : 월간식당 2020년 9월호(http://month.foodbank.co.kr)